인간의 삶을 길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마치 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길에는 시작도 있고, 끝도 있지만 길 주변에 널려 있는 아름다운 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걸어가야 할 길을 걷지 않고 말을 타고 가거나 KTX와 같은 고속철도를 타고 가면 길 주변에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를 경계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걸어가는 길이 평탄하다고 가정했을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길에 높낮이가 있어서 언덕 정도의 높이를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산에 해당하는 높이를 올라가야 다음 길로 갈 수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높은 산은 말을 타고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를 타고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려면 공항을 만들고 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기에 효과나 비용면에서 너무 손해가 많이 납니다. 높은 산은 오직 인간의 발걸음으로만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높은 산을 가려면 먼저 산을 넘어 걸을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놔야 합니다. 

높은 산에도 오를 수 있는 힘까지 마련해 놓고 산에 있는 길을 가고 있는데 그만 길을 잃어 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등산을 할 때 초보자는 산에서 길을 잃으면 무조건 산을 내려가서 마을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는 골짜기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실책이 됩니다. 대부분 골짜기는 깊은 산 속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산길을 가다가 산에서 가야 할 길을 잃었을 때는 오히려 산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산 위에 올라가면 자신의 위치와 길이 한 눈에 보입니다. 산 정상에서 시야가 넓게 트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마을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을 어디로 내려가야 하는지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인생의 길에서 높은 산을 다 올라간 후 내려오다가 길을 잃게 되었을 때, 드디어 산을 내려온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고난을 당하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는 당황하지 말고 지나왔던 길을 돌아보고 다시 높은 곳, '산의 정상인 초심(初心)'으로 올라가십시오. 그러면 내가 내려가야 할 길이 어딘지 더 잘 보입니다. 급하다고 쉬운 것부터 해보자고 하면서 무조건 아래를 찾아 계곡으로만 치닫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산을 잘못 내려와서, 내려와야 할 길로 내려오지 않고 다른 길을 내려왔다가 허망하게 일을 매듭짓는 사람이 주변에 한 둘입니까? 저도 오늘부터 제가 내려가야 할 길과 방향이 잘 보이는 산 위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길 떠날 때 가졌던 '처음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내려가야 할 길과 방향이 어딘지 알 수 있는 조그마한 봉우리로 올라가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의 산을 어디로 내려가야 하는지.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회 목사 안수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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