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 이영주 첫 소설집 〈더 아일랜드〉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현실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잊게 해준다는 것. 그것이 바로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중간에서 일어나는 허구의 세계다. 

영상작가로 활동했던 이영주 작가가 처녀작 <더 아일랜드>(이안상상 펴냄ㆍ1만2000원)를 출간했다.

제목 그대로 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바로 그 섬에서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생면부지 20명의 남자들이 섬에 몰려 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모으고 여수 바다에 섬을 공동명의로 구입하고 집을 짓기 시작한다.

사내들은 태초부터 고귀한 선물로 내려오는 남성(男性)을 잃은 사람들이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달래며 섬에서 살기로 한다.

그들은 그렇게 무인도에 모여 가슴 깊숙이 숨겨둔 상처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그렇다고 치유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상처로 인해 숨을 쉬기도 힘들어 그냥 내려놓을 뿐이다.

작가는 왜 이렇게 '상처'에 집착했을까. 어린 시절, 넘어져서 피가 난 무릎을 보고 울려고 했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그 말 한마디에 울음을 뚝 그치며 엄마의 품으로 달려갔던 것처럼 그저 소설은 괜찮다고 말한다. 아파도 괜찮고, 싸워도 괜찮고, 다쳐도 괜찮다고···.

소설은 시종일관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으로 등장인물들을 바라본다. 그렇다고 사내들의 이야기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엔 사랑스러운 여인네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후회 없이 사랑하는 연인들의 '러브스토리'가 흥미롭게 파고든다. 책을 읽다 보면 더욱 사랑하고 싶어지고, 사랑의 결실을 만나고 싶어진다.

15년간 영상작가 활동을 해왔던 작가의 글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과거를 돌아보지 마라. 만약 계속 과거에 미련을 갖는다면 불행의 장막이 네 인생을 가둘 것이다."

'더 아일랜드'를 관통하는 한 마디가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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