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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돗 편지] 그러므로 학교를 떠나

기사승인 2017.08.31  1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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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입시철입니다. 북향민은 재외국민과 같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곳이 많기에 이미 한 번의 입시마당을 치렀고, 북향민 전형을 따로 취급하는 몇몇 대학은 아직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시철만 되면 되살아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예전에 공부방에서 과외 강사를 하던 버릇이 있어 학생들보다 제가 먼저 흥분합니다. 진로에 관한 열정은 학생들이 먼저 만들어 놓은 후 이를 간사인 저와 의논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인데, 저는 제가 먼저 흥분해서 북향민 학생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야, 이런 학과와 학교가 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배운 학생들은 입시지도를 할 때마다 대부분 학부모와 같이 의논을 합니다. 그러나 북향민의 경우 부모와 같이 대한민국으로 온 경우가 드물고, 설령 부모가 같이 왔다고 해도 입시지도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북향민의 입시지도는 간혹 먼저 대학을 간 북향민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만, 온전히 진학하려는 학생들과 대안학교 간사들만의 몫입니다.

한바탕 입시잔치 혹은 입시비극(대학에 떨어지는 것)을 치르고 나면, 마치 딸아이를 시집보내고 아들을 장가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휑해지고 허전해집니다. 그런데 북향민의 경우 대학에 보내 놓고도 1∼2학년을 다니는 동안은 염려를 놓을 수 없습니다.

이때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이 아니라면,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주어진 기간 내에 졸업하지 못하면 특별한 삶의 기술을 연마하기 힘듭니다. 그러면 이들의 삶은 이곳에서마저 특정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의 굴레로 빠져듭니다.

▲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아나돗학교는 대학에 입학한 후 졸업까지 하는 북향민 대학생의 비율이 너무 낮았기에,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대안학교로 출발했습니다. 대학교 1∼2학년 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리큘럼이 짜여 있기에, 지금도 학교를 거쳐 간 남북한 모든 대학생에게 가급적 1∼2학년 때에는 정기적으로 와서 리포트 및 서평 쓰는 법이나 대학생활을 잘 하는 법 등에 관해 조언과 훈련을 받으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저의 바람과 학생들의 생각이 다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북향민 대학생들이 자기 마음대로 한 번 해보겠다고 아나돗학교를 떠났다가 대학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전해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어차피 이들이 부딪히며 겪어야 하는 일이기에, 사람이 귀가 왜 두 개인지 이들 스스로가 깨달을 때까지, 이들의 마음이 사람의 말을 듣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학교를 운영하며 배운 것은 열린 마음과 시공간이 지혜라는 사실입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마음껏 열어 놓은 시공간 앞에 공개처형과 감시사회가 가져다 준 생활총화의 트라우마도 힘을 잃습니다. 생활총화는 북한 주민이 당이나 근로단체 같은 조직에서 각자의 업무와 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으로, 일부러 빠지거나 참가하지 않으면 사상 검토를 받는것을 말한다.

북한에서 왔지만 이들 역시 이미 한반도라는 공동체의 한 몸이 돼 있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들은 누군가의 길라잡이가 되고, 대한민국의 건실한 구성원이 됩니다. 그때 귀가 열린 이들이 고맙다고 말을 전해 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회 목사 안수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dearbook0522@gmail.com

<저작권자 ©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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