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상담과 변증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이것을 성경적인 가치관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줬던 것이 상담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용서하든지 서로 갈라서는 길을 택하든지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부부가 하나님 앞에서 같이 해야 합니다. 상담은 이때 둘이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자식이 있는 경우 자식에게 가는 상처를 고려해 가급적 이혼을 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이혼을 결정하더라도 이혼이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는 아니기에 서로에게 남겨진 아름다운 매듭을 잘 정리하라고 일러줍니다.

변증에서는 이단과 사이비를 구분합니다. 이단은 예수님을 대체하는 교주(敎主)가 없어도 자기들 교회에만 특별한 구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이비는 예수님보다 높거나 대체하는 교주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변증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사이비에 빠진 가족을 둔 채 혼자 우울증을 앓고 있던 가장(家長)을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에서, 제가 지닌 경계선을 더 넓히기 위해, 경계에 서 있으면 기독교 밖의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부터 변증 공부를 상담보다 먼저 시작했지만, 일은 상담을 먼저 했습니다.

그러다가 북향민을 통해 접하게 된 북한 체제는 사이비와 너무 비슷했습니다. 북향민을 가르치면서 배운 것은 북한이 사이비처럼 거의 예측 불가능한 사회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사회적 지위와 뇌물에 따라 노골적으로 형량이 달라지는 사회가 북한입니다.

▲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목사

사회안전망이란 '예측 가능한 영역을 늘리고, 불가능한 부문은 대비해 만약의 사태가 가져오는 후유증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에는 늘 무형의 영역이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거의 붕괴된 체제에서 태어나고 자란 북향민 학생에게는 사이비에게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듯 새로운 교육법이 필요합니다.

부패한 북한 정권처럼 사이비도 사회안전망을 갉아먹고 거기에 기생해서 사는 존재들인데, 그들은 일정 부분 현재 한국교회가 부패했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과 변증할 때는 교회와 사이비 둘을 놓고 어느 쪽이 더 성경적인 가치를 따르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일반 정통교회라고 하더라도 그곳에 우선권을 두거나 방점을 찍으면 안 됩니다. 둘을 모두 동일한 출발점에 둔 채 성경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변증은 남한과 북한의 사회안전망 비교처럼 '부조리한 사이비'와 '자애롭고 정의로운 교회'를 대조하는 것이 되고, 결국 사회 안전장치의 파수꾼 기능을 하게 됩니다.

기독교 상담과 변증은 가정 해체와 사이비의 확장을 막아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함도 있지만, 저와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라고 주어진 일입니다.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은 삶과 신앙의 방향입니다.

현재의 세상과 교회에 제가 포함돼 있기에, 제가 상담과 변증의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이에 포함된 관찰 대상자입니다. 따라서 제가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성경적인 가치관을 따르는 크리스천이 되도록 먼저 저를 설득해야 합니다.

제게 주어진 삶에 기본적으로 내장돼 있는 고난을 이겨내도록, 자율적으로 십자가로 다가서도록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면 상담을 하고 변증을 해도 위로와 설득이 없는 메아리만 남았습니다.

북한과 북향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같이 가야 할 동포이고, 우리 후손을 위한 일임을 잊으면 그들과 마주하기 힘들었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와 아나돗공동체 목사다.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한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를 연재했으며 논설실장을 맡고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