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침팬지 DNA구조는 98.7%가 같다고 한다. 차이는 1.3%다. 소수점 이하를 절사하면 1% 차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과 침팬지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도 큰 것이 아닌 아주 작은 차이에서 결정된다. 행복과 불행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러하다.

A기관에서 발주한 망분리 구축 사업에 PM으로 참여했었다. 건물내에 네트워크를 분리하고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이미 이 기관에서는 보안업무를 구축해 사용 중이었다. 그 업무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도 있었다. 그런데 기존 운영시스템이 낙후돼 문제발생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기존업체가 많은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기존 업체는 업무환경과 기술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PM으로서 제안을 통해 기존업체와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로 불리한 상황이라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업무환경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경쟁사를 이길 수 있을까. 사실 입찰 제안은 피 말리는 싸움이다. 1등만 승리하기 때문이다. 제안 프레젠테이션 콘셉트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경쟁사와 어떻게 차별화를 둘지 많은 전략을 세웠다.

▲ 은서기 정보기술안전부 IT팀장ㆍ경영학 박사

PM인 나는 '신뢰'라는 키워드를 도출해 프레젠테이션 도입부와 마무리에 이 키워드를 삽입해 PT자료를 만들었다. 도입부에서는 신뢰의 꽃말을 가진 '과꽃(Aster)'을 키워드로 전략을 풀기 시작했다. ASTER(AdvanceㆍSkill & ExperienceㆍTacticㆍEquilibriumㆍResource), 신뢰를 상징하는 꽃말의 각 알파벳 머리글자를 내세워 전략을 풀어 갔다. 어차피 구축되는 사업내용은 비슷할 것이고, 경쟁사도 RFP 규격서에 따라 제안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 마무리 부분에서는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라는 책 제목을 인용해 시작과 끝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하겠다는 '신뢰'를 강조해서 프레젠테이션 했다. 필자는 마지막 한 문장의 작은 차이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1등의 프레젠테이션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작은 차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1등만을 가리는 입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1%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청중의 마음을 울리는 1%의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 한 문장으로 요약된 가슴에 남는 메시지가 있느냐에 있다. 발표 내용이나 말이 많다고 성공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10분을 발표하든, 30분을 발표하든, 1시간을 발표하든 청중은 똑 같다.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지루한 일이며 끝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프레젠터는 화려한 장표를 만들어 보여주고 질문을 하거나 유머도 섞어가며 청중을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여러 개의 메시지를 전달해 자신의 전문성을 뽐내는 경우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1%가 다른 프레젠터는 이런 사람들이 아니다. 한 발표에서 내용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 발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한 메시지로 만들어 발표하는 사람이다. 이 하나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 1%의 차이를 만드는 프레젠터다. 1등하는 프레젠테이션은 큰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1% 차이에서 결정된다. 청중을 울리는 것도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 은서기 정보기술안전부 IT팀장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 박사 △PMP/IT전문가 △프레젠테이션 코칭 전문가 △사이경영 연구가 △삼성SDS Best Presenter 심사위원 △삼성SDS PM/수석컨설턴트 △법무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국민건강보험공단ㆍ해양경찰청 PM △대우전자ㆍ대우정보시스템 SE △저서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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